초고령 사회로 가속화 되면서 김윤정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노인들은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면역력이 취약한 계층으로 꼽힌다"면서 "건강관리에 있어 예방접종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1. 폐렴구균
폐렴구균(Streptococcus pneumoniae)은 폐렴, 정맥동염, 중이염, 수막염 등 침습적 감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균 중 하나다. 건강한 성인에게는 대부분 증상을 일으키지 않지만, 면역력이 약한 노년층이나 영유아에서 침습적 감염을 일으키며 치명적일 수 있다. 감염자의 침이나 비말을 통해 전파된다.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보건소나 지정 의료기관에서 무료접종을 하는 23가 다당질 백신과 일반병원에서 접종하는 13가 단백접합 백신으로 나뉜다. 23가 다당질 백신은 다양한 혈청형의 감염 예방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접종 후 1년이 지나면 항체 역가가 감소하기 시작해 5년 후에는 재접종이 필요하다. 13가 단백접합 백신은 23가 다당질 백신의 한계를 보완한 백신으로 1회 접종만으로도 효과적인 폐렴구균 감염 예방을 기대할 수 있다.
2. 대상포진
대상포진은 수두를 일으키는 수두 바이러스가 척수 옆 신경절 속에 숨어 있다가 면역이 약해지면 분포하는 신경을 따라 붉은 반점, 수포, 농포 등 다양한 피부병변과 신경통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평생 한번 이상 대상포진에 걸릴 확률은 10~30%로 알려진다. 보통 45세 이후로 급격히 증가해 7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 당 141명 정도다.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만 50세 이상에서 평생 1회 접종한다. 대상포진을 앓은 적 없는 65세 이상 노인 3만 8000여 명을 대상으로 3.1년 추적 관찰한 결과, 대상포진 발생률이 51% 감소했다. 50~59세 69.8%, 60~69세 64%, 70~79세는 42%, 80세 이상 18% 감소효과를 보였다. 또 백신 접종 시 대상포진을 앓아도 증상이 약했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 같은 후유증 발생도 최대 74% 줄었다. 대상포진을 앓았던 사람에서도 6.2%는 재발할 수 있고, 대상포진을 앓았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접종하는 게 좋다.
3. 파상풍
파상풍은 상처에 침입한 균이 생성하는 독소가 사람의 신경에 이상을 유발해 근육 경련, 호흡 마비 등을 일으키는 감염성 질환이다. 토양이나 분변에 있는 파상풍균이 피부나 점막의 상처로 들어가 발생한다. 넘어져 상처가 났을 때, 피어싱이나 타투를 했을 때, 곤충에 쏘였을 때도 감염된다. 생활환경 개선으로 발생률은 크게 낮아졌다. 연간 10~20건 정도가 보고된다. 하지만 고령자나 영유아의 경우 일단 감염되면 예후가 좋지 않은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
4. 일본 뇌염
일본 뇌염(Japanese encephalitis)은 일본 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 빨간집모기(Culex tritaeniorhynchus, 뇌염모기)가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인체에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잠복기는 7~14일이며 대부분 무증상이지만 감염자 250명 중 1명 꼴로 급성뇌염, 무균성 수막염, 비특이적인 열성 질환 등으로 발현한다. 사람 간 전파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뇌염 예방접종 경험이 없는 성인 중 논이나 돼지 축사 인근 등에 거주 또는 활동 예정인 경우나 일본 뇌염 유행 국가가 아닌 비유행 지역에서 국내로 이주해 장기 거주할 외국인, 일본 뇌염 유행국가 여행자 등이 접종 대상이다. 불활성화 백신은 7~30일 간격으로 2회, 이후 12개월 뒤 3차 접종 등 총 3회 접종한다. 생백신은 단 1회 접종만으로 2주 만에 충분한 방어 면역을 형성한다. 단 항암치료 중인 고형암 환자나 면역억제제 사용자, 장기이식 또는 조혈모세포이식 후에는 접종하지 않는다.
5. 인플루엔자
인플루엔자(Influenza)는 급성 인플루엔자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분비되는 호흡기 비말(droplet)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된다. 따라서 인플루엔자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할 때 감염 가능성이 높다. 흔한 증상은 갑작스러운 발열(38℃ 이상), 두통, 전신쇠약감, 마른기침, 인후통, 코막힘, 근육통 등이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지정 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서 쉽게 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예방백신 무료접종 대상은 만 65세 이상 노인, 생후 6개월~12세 어린이, 임신부 등이다. 인플루엔자 유행이 주로 12월에 시작되고, 접종 2주 후부터 예방 효과가 나타나 약 3~12개월(평균 6개월) 정도 유지되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11월까지 가까운 동네 의료기관에서 예방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좋다.
지자체 보건소마다 대상포진이나 각종 예방 백신접종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니 주민등록상 거주지 보건소에 문의해보는 것이 좋다. 과거 백신접종 한 사람이 아니면 1회 무료로 지원받을 수도 있다. 각 지자체마다 대상자 선정에 있어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65세 이상 고령자나 기초생활 수급자라면 백신이 소진 시기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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